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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숲 에세이]산 행

관리자
2024-01-11 17:38 5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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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행

 

   근무하고 있는 학교 뒤에는 아름다운 두봉골이 있습니다.

    십여 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산엘 가는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입니다. 하루에 쌓인 몸의 피로와 맘의 때를 산행을 하면서 말끔히 씻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하루 끝내는 시간에 매일같이 트레이닝 차림으로 약 4㎞ 정도를 빨리 걷기, 뛰기를 계속하여 왔습니다. 이렇게 다져온 체력으로 개교기념일 체육대회 때마다 15㎞의 풀코스 마라톤을 학생들과 함께 완주를 했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마라톤 종목이 아예 없어져버려 매우 서운하게 생각합니다.

    중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귑니다. 뻐꾹이 소리가 들리고, 저에게 놀란 꿩들이 놀라 푸드득 날아가기도 합니다. 아마 이 산은 새들이 둥지를 틀기에 알맞은 조건인 모양입니다. 아직도 꿩들이 나는 곳이니 오염이 덜된 곳인 것 같습니다. 가끔씩은 산토끼들도 만납니다. 사람들에게 먹이를 얻어 먹는 산토끼들은 사람들과 꽤 친숙해지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이 산길을 걸어 왔기에 이제는 나무 하나 하나의 생김새와 나무마다의 고유한 냄새까지도 알 수 있어 나무와 저는 서로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가 되어 서로의 교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을 걸으면서 명상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의 몸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듯이, 저의 정신을 위해서 명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루 중 이 고요한 시간을 통해서 저의 삶의 깊이가 깊어지는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산길을 걸으면서 매일 같은 소망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나무들은 그들의 귀로 저의 말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들의 입으로 저의 소망을 듣노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중에 심신이 피곤할 때에는 산을 향합니다. 피곤해진 저의 눈은 그 곳에서 맑게 씻어 주는 듯 치료를 받곤 합니다. 그래서 산은 저의 심신을 치료해 주는 유일한 약이요, 병원인 것입니다.

    저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산이 저에게 주는 침묵의 언어를 알아들을 듯합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넉넉한 품으로 저를 안아 주고 있습니다. 저는 그 품에서 안식을 얻습니다. 오늘도 가난한 맘으로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를 것입니다.

(2000. 2. 29. KBS)

 

[출처] 김동일 (2001). 손톱 밑의 행복. 서울: 양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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