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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숲 에세이]사마귀의 교훈

관리자
2024-01-11 17:39 4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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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마 귀의 교 훈

 

가을도 깊었습니다.

전 저의 집 마당에 꽃과 나무, 관목과 침엽수를 가꾸고 돌보는 일을 즐겨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메뚜기와 귀뚜라미, 풀벌레들이 이 작은 숲 속에서 봄에는 태어나고 여름에는 성숙하고 가을에는 알을 배고 겨울에는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우리가 징그러워하는 사마귀는 행동이 매우 느리지만, 일단 먹잇감을 찾으면 재빠르게 움직여 먹이 사냥을 하는 곤충입니다.

작년 이맘때 사마귀 한 마리가 저의 집 대문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늦은 오후 나무도 아닌 철대문에 거꾸로 매달려 애써 알을 낳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난생 처음 보는 장면이라 매우 흥미를 갖고 얼마동안 보다가 들어와 다음날 아침 일찍 가보았더니, 알을 낳고 죽어버린 사마귀의 시체를 개미들이 나누어 가져가고, 남은 것은 사마귀의 머리뿐이었습니다.

무엇을 통해 사마귀는 계절을 분간할 수 있을까요?

바로 머리 위에 길게 붙은 더듬이를 통해 바람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봄바람에 태어나고, 여름바람에 성숙하고, 가을바람에 알을 낳고, 겨울바람에 죽게 되는 것을 더듬이를 통해 바람의 언어를 느끼게 됩니다.

20세기 이 마지막 가을에 우리의 안테나를 높여서 가을의 바람을 읽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가진 안테나는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삶 속에 스며있는 의식을 갈고 닦아 내 자신을 돌아보고, 생활하는 삶의 영역을 확장시켜 우리 주위를 돌아보는 가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1999. 11. 2. KBS)

 

[출처] 김동일 (2001). 손톱 밑의 행복. 서울: 양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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